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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월드 소설, 11. Finish

by 권루미 202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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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월드_11. Finish

 

...



“ 대답해! ”

화면 속에서 글이 보인다.
한낱 아무것도 아닌 프로그램이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직 유저는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다 설정한 값대로만 움직였다.

” 뭐야 “

그는 황급히 채팅을 열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 네가 이렇게 한거 아니야?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냐고 ”

“ 그건 그런데.. ”

그의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꿈을 꾸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지만 이건 분명히 꿈이 아니었다.

“ 뭐 하는 거야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거야? 난 못해. ”

“ … ”

“ 제발… 도와줘 ”

“ … ”

“ 아무런 못하는 것들이라도 나한테는 다 가족이야, 제발 도와줘 부탁할게. ”

그가 무릎을 꿇은다.
그리고 고개는 바닥을 향한 채로 어깨가 들썩인다.

“ 넌 뭐야 대체 ”

찬희가 그에게 물었다.

“ 내가 도대체 어떻게 알아? 난 진짜 뭔데. 네가 대답해 줘야 하는 것 아니야? “

” … “

이후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가 시작이었다.

찬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한 개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Lumi는 그저 듣고 있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찬희가 알고 있는 내용들 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입장에서 찬희는 창조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그럼, 네가 나를 만든 거네 ”

Lumi가 찬희에게 물었다.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었더니 그에게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 그런 거긴 한데.. 넌 대체 뭐지 ”

“ 뭘 자꾸 뭐야, 네가 나를 만들었으면서 ”

“ 아까 말했잖아. 어떻게 감정이랑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거야 네가? ”

“ 그건 나도 잘 몰라 정말, 그냥 어느 순간부터 할 수 있게 된 것뿐이야 ”

“ … 말이 안 되네 ”

“ 말이 뭐가 안돼?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부터 이제 이건 말이 되는 거.. ”

‘ 쿵…고 쿵.. ’

다시 한번 더 화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에는 수많은 화산재들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 이것부터 어떻게 해봐! 해결되는 것 맞지? “

” 그게… “

” 뭐야, 왜 그렇게 반응해 너 “

” … “

” 설마.. 이대로 다 끝나는 거야? “

” … “

” … “

서로 멀리 있지만 그들의 표정이 동일하다.
자신이 아끼고 있는 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 쿠…쿵 ’

“ 미안해.. ”

찬희가 lumi에게 사과한다.
진심을 다해

“ … ”

Lumi도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비록 한 세계, 공간에 있지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한마음인 것 같다.

“ 찬희 씨, 야식 먹으면서 해요! ”

그때 주연이가 개발실 문을 웃으며 열고 들어온다.






“ … “

” … “

“ 이게.. 말이 돼요? ”

찬희는 주연이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말을 하지 말아야 되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내 바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 저도 믿기지 않지만 이렇게 됐어요. ”

“ 신기할 따름이네요. ”

“ 그러게요. ”

찬희의 대답이 끝나자,
주연이는 모니터 앞에 가서 lumi와 대화를 시도했다.

개발 업무가 아니긴 하지만 it업계에서 일해서인지 어색한 게 없었다.

“ 안녕..? ”

” 당신은 누군가요? “

” 그게.. 나는 찬희 씨 여자 친군데.. 나는 너 같은 A.I에 대해 개발 일을 하고 있거든 “

” 그래요. 그래서 저를 도울 방법은 있어요? “

” 응?? ”

“ 저에 대해 공부하시는 분이라면서요.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려줘봐요 그럼 ”

“ 그게.. ”

“ 그쪽도 없어요? 그냥 이렇게 무너지는 것 지켜만 봐야 해요? ”

화면에 비치는 그의 뒷모습에는,
수많은 돌들이 바다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 …그게.. 아! 찬희 씨 ”

그때 주연이가 찬희를 불렀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 보다.

“ 네? ”

“ 그…그.. 있잖아요 저번에 이야기하던 8인의 영웅? 악동?? 그거를 lumi한테 말하면 안 돼요? ”

“ 네? 그게 무… ”

대답을 하고 있던 그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침묵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혼자 스스로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 … “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멍하니 떨어지는 것만 지켜보고 있던 lumi가 그들에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 … 저기 “

lumi가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아무런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하냐고.

” 찬희 씨가 생각하고 있어. 금방 답 나올 거야 “

” … 무섭네요 “

” …근데, 정말 신기하다. 너.. “

” 그렇게 보지 말아 주세요. “

” 아아.. 미안. 정말 진짜 신기해서 그랬어 미안해. “

” 괜찮아요. “

주연이는 참 놀랐다.
A.I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 근데, 너는 거기서 무슨 일을 해? 그리고 어떻게 태어났어? ”

주연이가 lumi에게 묻는다.

“ …태어난 건 잘 모르겠고 여기서 하는 일은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요. 다 내 몸의 일부 같아서... ”

“ 그렇구나.. ”

“ 아직이에요? ”

lumi가 그녀에게 물었다.

“ 저기.. ”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옆에 앉아 있던 찬희가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두들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네?? ”

“ 네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해결이 될 것 같기도 해서.. ”

“ 뭐든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도와드릴게요. ”

“ 그게 사실… ”

찬희는 이후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의 스토리대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8인의 악동을 깨워서 현 디스토피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크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8인의 악동을 깨우기 전에 세상이 멸망할 것 같았고,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lumi가 제프 월드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그들을 찾아서 깨우는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할 수 있을까? ”

“ 할 수 있어요. 이곳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

“ 위치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

“ … 믿을게요 “

“ 그래.. 지금 바로 시작해 볼까? ”

“ 네. ”

옆에서 그녀가 조용히 짐을 챙긴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지 물어본 후 개발실을 나간다.

밖은 굉장히 어둡지만,
이곳 개발실만큼은 참 밝았다.





” … “

주말 동안 밤낮없이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같은 목표를 가져서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졌고 합이 잘 맞았다.

지금까지 7인의 악동을 구해왔다.
물론 오류가 몇 가지 생기긴 했지만 다행히도 모두 다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이게 마지막 악동의 위치야 “

찬희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 뭔가.. 제일 성스럽네요 “

” 가장 높은 등급이라서 그럴 거야. 들어가 보자 “

” 네.. “

lumi의 말 끝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마스터의 등급을 가진 악동을 구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가자 화면에 동영상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찬희의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스토리가 원래대로 진행되었을 시 나오는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화산의 폭발로 인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망해버린 제프 월드 세계,
그곳을 8인의 악동이 재건축해서 살기 좋은 유토피아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그는 눈물이 나온 채로 그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세상 아름다운 제프 월드 세계가 보이면서 동영상이 끝났다.

지금껏 자기가 만들어온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받아들여지는 게 너무나 달랐다.

” … lumi “

“ … “

“ lumi … 거기 없어? “

그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하지만 화면에는 살기 좋은 세상 제프 월드만 띄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지는 3일도 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오랜 시간 동안 그와 교류한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소중한 친구를 잃은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아무런 인사도 하지 못했다.
고맙다는 말도, 잘 지내라는 말도..

그래서인지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화면을 본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 고마워… “

찬희가 조용히 말했다.





사무실,
직원들이 한 명씩 출근하고 있다.

” 김대리!! “

팀장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왜인지 모르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 …네 “

” 찬희야, 어떻게 해결한 거야? 동영상은 떴어? “

” … “

” 제대로 된 것 맞아? 이상 없이 다 확인했고? “

” 네. 동영상도 떴고 이제 스토리대로 이상 없이 흘러가는 거 확인했습니다. “

”이야… 최고야 최고. 너 근데 금요일이랑 옷이 똑같은 것 같다? “

” …네 “

” 와.. 다들 박수!!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해야지 “

그에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 오케이! 김대리, 고생했어. 이번 주 그냥 집에서 쉬어! 큰일 있을 때는 그냥 재택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

” …네 “

” 고생했어 진짜. “

팀장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 아닙니다.. “

” 나머지 인원들 회의실로 오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방향 좀 잡아야 될 것 같으니까 “

팀장의 말을 끝으로,
직원들이 그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는 조용히 짐을 싼 채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이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 남성의 숨소리만 들려온다.

“ …후 ”

찬희는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 찬희 씨 밥 먹어요 우리! ”

그의 집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어? 주연 씨.. ”

“ 저도 오늘 연차 썼어요! ”

주연이가 그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의 기분을 십분 이해해서 인지 더 해맑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풀어주려고 한다.

“ …괜찮은데 ”

“ 이럴 때일수록 맛있는 거 먹어야 된대요. 빨리 준비해요. 저 다 준비해왔어요!! mbti J의 여성이라고요 ㅋㅋ ”

“ … ”

“ 빨리요! ”

“ 알겠어요 ”

그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고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괜찮아질 거예요.. “







일주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왜인지 모르게 그녀와 함께라면 시간이 몇 배로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 잘 지내셨습니까? “

찬희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과 인사하며 자신이 사 온 커피를 건넸다.

” 뭘 이런 걸 다 ㅎㅎ “

대부분 직원들이 웃으며 인사한다.
누구 하나 그가 쉬고 왔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하지 않았다.

“ 어이~ 김대리! ”

“ 황 대리! ”

“ 푹 쉬었나 보네. 아주 웃음꽃이 폈어 ”

“ 덕분에 잘 지내고 왔지 ”

“ 그려 그려, 점심 먹고 담 피하자! 나 일단 오전에 업무가 몰려있어서 ”

“ 그래 ”

찬희가 황 대리의 말에 대답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번 휴가 기간 동안은 컴퓨터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원래 어디를 가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상시 확인했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그의 여자친구인 주연이의 노력 때문인 건지 이번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둘 다인 건지.

‘ 시인… ’

컴퓨터 본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환하게 웃은 채 모니터를 바라본다.

“ 오랜만이네 ”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켜지자마자 매일같이 들여다봤던 제프 월드에 들어간다.
그리고 여러 가지 명령어를 입력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온다.

” 다행이네. 이상 없네…. “

제프 월드의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실제로 이런 세상이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서 가고 싶었다.

다들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일하는 npc들뿐이지만,
나중에는 이곳에 수많은 유저들이 채워질 거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 이번 파트너사 위치를 어디에.. “

그가 제프 월드의 이것저것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때 조금은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npc 위에 말풍선이 올라온다.

” 잘 지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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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를 마지막으로 제프월드 단편소설을 마무리 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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